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OMM 재팬: 지도와 나침반으로 떠나는 짜릿한 산악 어드벤처

by 수박나무 2025. 12. 5.

이거 완전 신세계인데요? 종이 지도와 나침반만 들고 산을 누비는 대회가 있다니! 게다가 트레일러닝과 백패킹까지 결합됐다니, 아웃도어 마니아라면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겠죠. 최근 일본에서 열린 'OMM 재팬' 대회 참가 후기를 통해 이 특별한 여정을 함께 떠나봅니다. 준비물부터 코스 완주 후기, 그리고 한국에서는 왜 이런 대회가 열리기 어려운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까지, 지금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OMM, 대체 무엇을 하는 대회인가?

OMM Original Mountain Marathon. 이름부터 뭔가 거창하죠? 이 대회는 단순한 트레일러닝이 아닙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이 대회는 종이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정해진 지점을 찾아가는 '오리엔티어링'에 기반을 두고, 여기에 트레일러닝과 백패킹의 요소가 더해진 독특한 형태의 아웃도어 레이스입니다.

두 명의 팀원이 1박 2일 동안 필요한 모든 짐을 짊어지고, 지도와 나침반만으로 정해진 지점(컨트롤)을 찾아 태그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나아가야 하기에 참가자들은 상당한 수준의 아웃도어 종합 능력을 요구받습니다. 마치 산악 보물찾기 같기도 하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탐험 같기도 하죠.

OMM의 기원: 1968년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OMM의 뿌리는 1968년 영국에서 시작된 '카리모어 인터내셔널 마운틴 마라톤(Karrimor International Mountain Marathon, KIMM)'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리엔티어링 선수였던 게리 찰리가 아웃도어 활동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시험하는 행사를 기획하면서 시작되었죠.

당시 그는 자전거 가방을 만들던 '카리모어' 브랜드와 협력하여 대회에 필요한 물품을 제작하고, 우승자에게는 카리모어 배낭을 증정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KIMM은 '멀티 스포츠 어드벤처 레이싱'으로 불릴 만큼 규모가 커졌고, 이 대회를 위한 특별한 아웃도어 장비들도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카리모어 브랜드는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1999년 매각되어 2004년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그 후 브랜드를 다시 론칭하면서 '우리가 원조 산악 마라톤'이라는 의미를 담아 'OMM'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일본에서 만난 OMM 재팬: 짜릿함과 설렘의 시작

한국에서 OMM 대회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궁금증을 자아냈고, 결국 필자는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대회 참가 경험이 있는 오리엔티어링 전문가 홍건희 씨와 함께 일본 OMM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입니다.

대회 참가권 확보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 내 OMM 대회의 인기가 높아져 추첨제로 참가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다행히 OMM 재팬과 깊은 인연이 있는 차윤선 씨의 도움으로 참가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대회 전, 홍건희 씨로부터 필수 장비 목록과 함께 대회에 대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용량 40리터 정도의 배낭이면 충분해요. 배낭 무게가 10kg을 넘지 않도록 맞추는 것이 좋아요." 텐트, 침낭, 식량 등 1박 2일을 버틸 모든 짐을 가볍게 꾸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첫날: 낯선 땅에서의 도전

일본 나스시오바라시의 헌터 마운틴 스키장에서 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스태프와 후원 업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한국 참가자는 우리 4명이 전부였습니다.

대회 기념품으로 받은 작은 배지와 소박한 규모의 후원 업체 부스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이라면 이 정도 규모의 대회에 훨씬 더 많은 부스와 인파가 몰렸을 텐데 말이죠.

대회를 앞두고 30L 배낭에 짐을 꾸렸습니다. 무게는 7kg. 파트너인 홍건희 씨는 여기에 텐트를 추가했지만, 그는 오히려 "제가 더 무겁게 져야 기자님과 페이스가 맞을 거예요"라며 든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발 준비를 위해 행사장에 다시 모였습니다. 홍건희 씨는 출발지가 어제 행사장이 아닐 수도 있으며, 때로는 꽤 먼 곳에서 출발하기도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골인지점 역시 지도에 표시되어 있으며, 출발 직전에 지도를 배포한다는 사실이 꽤나 신선했습니다.

스코어 롱 코스: 정신없는 컨트롤 찾기 대작전

우리는 '스코어 롱' 코스에 배정되었습니다. 오전 8시 15분, 전자 신호와 함께 지도가 배포되었습니다. 스키장 왼쪽의 산과 도로가 표시되어 있었고, 알파벳과 숫자가 적힌 동그라미 표시가 컨트롤 포인트였습니다.

홍건희 씨는 능숙하게 지도를 읽으며 "BD(20)부터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등산로가 아닌 산사면을 타고, 계곡을 건너며 컨트롤을 찾아 나섰습니다. 숲속에 설치된 주황색 기구를 찾아 손목에 있는 고리로 태그하는 방식이었죠.

"자, 다음 어디로 가죠?"

홍건희 씨의 물음에 저는 그저 따라갈 뿐이었습니다. 5분 30초의 빠른 페이스로 헉헉대며 그를 쫓아갔습니다. 지도를 볼 시간도, 제 위치를 확인할 여유도 없었죠. 정신없이 컨트롤을 찾아다닌 결과, 1시간 만에 무려 4개의 컨트롤을 찾아냈습니다.

"우리 잘하고 있는 거죠?"
"네! 엄청요."

홍건희 씨의 말에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곧 가파른 오르막과 미끄러운 산사면이 이어졌습니다. 쉬는 시간도, 에너지젤을 먹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제한 시간 7시간이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점심때가 지나고, 오후 3시가 되자 하산할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홍건희 씨는 "골인점까지 3시 안에 가야 해요. 늦었어요. 빨리 가야 돼요!"라며 도로를 뛰어 내려갔습니다. 기진맥진한 채 그를 따라 골인점에 도착했지만, 4분 27초를 초과하여 실격 처리되었습니다. 획득 점수는 520점이었지만, 차감된 점수까지 계산하면 495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4등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캠핑장의 밤: 별빛 아래 추억 만들기

캠핑장은 '하치로가하라 방목장'이라 불리는 넓은 목초지였습니다. 700여 동의 텐트가 빼곡히 세워졌고, 어둠이 내리자 불빛들이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시끄럽지 않고 질서 정연한 캠핑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건조식량으로 허기를 채우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늘에 별이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피곤했지만,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날: '최선을 다한다'는 말의 의미

이튿날 아침, 다시 건조식량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 준비를 했습니다. 홍건희 씨는 끊임없이 주머니에서 먹을 것을 꺼내 입에 넣었습니다. 전날 찢어진 제 물통 대신 그의 물통을 제가 짊어지겠다고 했지만, 그는 괜찮다며 자신의 배낭에 챙겼습니다.

오전 7시 15분, 언덕 입구에서 출발했습니다. 전날과는 다른, 더욱 험하고 높은 산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한 시간은 6시간. 점심 지나 약 2시간만 버티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위로했습니다.

가장 높은 곳을 향한 도전

우리는 낮은 곳부터 공략하기로 했지만, 홍건희 씨는 과감하게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엥? 여기서 저 길로 간다고?'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선택을 믿고 따랐습니다. 첫 번째 컨트롤을 찾고 쉬지 않고 두 번째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정신없이 컨트롤을 찾아다니던 중, 홍건희 씨가 잠시 멈칫했습니다. 저는 "가장 높은 곳으로 가죠. 거기 점수가 70점이에요. 이걸 찍고 내려오면서 나머지를 훑어보죠"라고 제안했습니다. 어차피 힘든 거, 가장 어려운 코스를 올라 시간을 떼우자는 생각이었죠.

"좋아요! 괜찮은 아이디어예요!"

홍건희 씨의 동의에 우리는 스키장 슬로프를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비가 살짝 내리고 바람이 불었지만, 상관없었습니다.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가장 높은 컨트롤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홍건희 씨는 길 없는 가파른 산사면을 망설임 없이 타고 내려갔습니다. 그의 완벽한 리더십에 깊은 신뢰를 느꼈습니다. 저는 그저 묵묵히, 얌전히 따라갔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그때 깨달았습니다.

스마트폰 실격: 예상치 못한 반전

경기가 1시간 정도 남았을 때, 우리는 희망에 찼습니다. 하지만 홍건희 씨는 멈추지 않았고, 이후 3개의 컨트롤을 더 찾아냈습니다. 마지막 15분을 남기고 슬로프 구석으로 올라갔습니다.

"시간 없을 텐데, 괜찮을까요?"
"충분하다."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쥐어짜며 전력 질주했습니다. 골인! 총 획득 점수 610점으로, 이틀 합산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골인 지점 뒤편 쉼터에서 야채 스프를 마시고 있는데, 스태프가 짐 검사를 위해 다가왔습니다. 나침반, 물통, 응급처치 용품을 확인하던 스태프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스마트폰 있나요?"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골인 2시간 전,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홍건희 씨의 스마트폰으로 제 전화기를 찾으려 했지만, 이미 배터리가 다 닳은 상태였습니다.

스태프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스태프와 일본어로 대화했습니다. 결국 짐 검사는 중단되었고, 나이가 지긋한 스태프가 다가와 말했습니다.

"유감이지만 스마트폰은 필수 장비입니다. 실격이에요."

대꾸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미안하다는 제 말에 홍건희 씨는 "괜찮아요. 엄밀히 따지면 저도 실격이에요.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닳았거든요.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그걸로 충분하니까 자책하지 마세요"라고 말했습니다.

OMM은 어드벤처 레이스 혹은 서바이벌 레이스라고도 불립니다. 비상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는 반드시 갖추고 참가해야 하는 것이죠. 홍건희 씨는 실격 가능성을 알면서도 최고의 점수를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의 헌신 덕분에 저는 우울한 기분 대신 값진 경험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OMM은 왜 어려울까?

OMM 대회는 종이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내비게이션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오리엔티어링이 생소하고 인기가 적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의 지리적, 문화적 특성

  1. 스마트폰 보급과 편리함: 전국 어디서나 스마트폰이 터지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굳이 종이지도와 나침반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2. 규제와 관습: 등산로를 벗어나 산사면을 오르는 것이 불법으로 인식되는 관습이 있습니다. 이는 자유로운 루트 개척을 중시하는 오리엔티어링과 상반되는 부분입니다.
  3. 좁은 국토: 나라가 좁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지형과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오리엔티어링의 낮은 인지도와 진입 장벽

  1. 생소함: 많은 아웃도어 마니아조차 오리엔티어링을 잘 알지 못합니다.
  2. 복잡함: 단순하지 않은 스포츠이며, 배울 기회가 적습니다.
  3. 경험 부족: 실력 향상에 경험이 중요한데, 적절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이 부족합니다.
  4. 보이지 않는 장벽: 오랜 시간 동안 선수층의 유동성이 적어 새로운 인구 유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본과의 차이점

일본에서는 예전 국책 사업의 일환으로 오리엔티어링이 보급되었고, 학교 교육에서도 야외 활동으로 자주 활용됩니다. 또한, 대학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오리엔티어링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OMM과 같은 대회가 일반 등산 애호가들에게도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OMM과 같은 대회가 열리기 위해서는 재미있고 열린 대회 개최, 오리엔티어링에 대한 이해, 경기 인구 확대, 그리고 자연 환경을 존중하는 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


OMM 재팬: 참가자들의 솔직한 목소리

무라이 다카히코 (OMM 스태프)

"OMM은 저에게 특별해요. 참가자 대부분이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대회에 참여하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죠. OMM 스태프는 경기 규칙이 복잡하기 때문에 대부분 지인 위주로 돌아가며 참여합니다. 선수에게 보급을 하거나 규칙을 엄격하게 검사하는 일은 거의 없죠. 참가자 수가 매년 늘고 있어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차윤선 (오러버스클럽, 플레이오그라운드 대표)

"일본에서 오리엔티어링을 배웠기 때문에 OMM 운영진들과는 대부분 지인입니다. 2016년부터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브랜드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영국 본토 대회에도 선수로 참여하며 OMM에 빠져들었습니다. OMM은 최소한의 지도 읽기 능력과 체력을 갖추고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에서 오리엔티어링이 인기 없는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배울 기회가 적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국책 사업으로 오리엔티어링을 보급하고 학교 교육에도 활용하면서 경험치를 높였습니다. OMM 같은 대회가 열리려면 먼저 재미있고 열린 대회 개최와 오리엔티어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홍건희 (오러버스클럽 회원)

"15~20년 정도 오리엔티어링 경력이 있습니다. 대학교 때 교양 스포츠 과목으로 오리엔티어링을 처음 접했고, 대학원 때 동호회에 가입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올해 OMM 재팬 '스코어 롱' 코스는 기술적, 체력적 성장을 시험하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지형이 다채롭고 식생도 달려기에 좋아 지금까지 참가한 OMM 중 가장 재미있는 대회였습니다. 일반 등산객이 OMM 대회에 참가하려면 나침반과 지도에 익숙해지고, 등고선을 보고 실제 지형을 상상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스코어 코스를 추천하며, 지도 정치와 오리엔티어링 대회 참가를 통해 독도법을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